자면서 듣기 좋은 성경이야기
창세기 25-27장 · 아브라함 이야기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 창세기 28:15
가나안 땅 브엘세바. 이삭과 리브가의 장막 안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던 아이들이 마침내 태어났습니다. 쌍둥이였어요. 먼저 나온 아이는 온몸이 붉고 털투성이라 에서라 불렸고, 뒤를 이은 아이는 형의 발꿈치를 잡고 나와 야곱이라 불렸습니다. 두 아이는 자라면서 전혀 달랐어요. 에서는 들을 누비는 사냥꾼, 야곱은 조용히 장막 곁에 머무는 사람. 아버지 이삭은 에서의 사냥감을 좋아했고, 어머니 리브가는 야곱을 마음에 두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금이 두 형제 사이에 이미 가고 있었어요.
어느 날, 에서가 사냥에서 지쳐 돌아왔습니다. 야곱은 붉은 팥죽을 끓이고 있었어요. 에서가 말했습니다. '그 붉은 것 좀 줘. 나 지금 죽겠어.' 야곱의 눈이 잠시 빛났습니다. '형의 장자권을 먼저 내게 파시오.' 죽겠다는 사람이 장자권이 무슨 소용이냐며, 에서는 맹세하고 죽 한 그릇과 맞바꿨습니다. 단 한 끼에 평생의 권리를 넘긴 거예요. 에서가 밥을 먹고 자리를 뜨는 뒷모습을, 성경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가볍게 여겼더라.' 짧은 한 줄이 그의 선택 전체를 판결하면서요.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삭은 나이가 들어 눈이 흐려졌어요. 어느 날 그가 에서를 불렀습니다. '내 나이가 많아 언제 죽을지 모른다. 사냥을 나가 맛있는 것을 만들어 오거라. 내가 축복해 주겠다.' 그런데 이 말을 리브가가 엿들었습니다. 리브가의 머릿속이 빠르게 움직였어요. 하나님이 두 아이가 태어나기 전 이미 말씀하지 않으셨나요.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길 것이라'고요. 에서가 먼저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리브가가 선택한 방법이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요. 이 질문, 잠시 마음에 담아 두시기 바랍니다.
리브가는 야곱을 불렀습니다. '아버지가 에서에게 축복하려 하신다. 우리가 먼저 해야 한다.' 야곱의 얼굴이 굳었어요. '에서 형은 털이 많고 저는 매끈합니다. 들키면 축복 대신 저주를 받을 거예요.' 리브가가 대답했습니다. '그 저주는 내가 받겠다.' 손에 염소 가죽을 씌우고, 형의 옷을 입혀주겠다고 했어요. 여기서 멈춰봅니다.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을 알고 계셨을까요. 그분이 이미 야곱을 선택하셨다면, 굳이 이런 방법까지 써야 했을까요. 그 물음도 마음에 함께 담아 두십시오.
야곱은 에서의 옷을 입었습니다. 손과 목에는 염소 가죽을 씌웠어요. 리브가가 만든 별미를 들고 아버지 이삭의 침소 앞에 섰습니다. 심장이 얼마나 빠르게 뛰었을까요. 문을 여는 순간, 손이 미세하게 떨렸을 것입니다. '아버지.' 이삭이 물었습니다. '누구냐?' 야곱이 대답했어요. '저는 아버지의 장자 에서입니다. 일어나 앉아서 제가 사냥한 것을 드십시오.' 그 짧은 문장 하나에 얼마나 많은 것이 담겨 있었는지요.
이삭이 의심했습니다. '어떻게 이리 빨리 사냥을 했느냐?' 야곱은 말했어요. '아버지의 하나님이 도우셨습니다.' 이삭이 손을 뻗었습니다. '가까이 와서 만져보자.' 손이 염소 가죽에 닿았어요. '목소리는 야곱인데, 손은 에서구나.' 이 한 문장에 이야기 전체가 담겨 있습니다. 목소리는 진실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손은 거짓을 말하고 있었어요. 이삭은 어느 쪽을 믿었을까요. 눈이 보이지 않는 그 어둠 속에서, 이삭의 마음은 무엇을 느끼고 있었을까요.
이삭은 믿었습니다. 손의 증거를 믿었어요. 야곱에게 입을 맞추고 옷 냄새를 맡더니 말했습니다. '내 아들의 냄새는 하나님이 복 주신 밭의 냄새 같구나.' 그리고 축복이 흘러나왔습니다.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을 주시길. 만민이 너를 섬기고, 나라들이 너에게 굴복하리라.' 장자의 축복이 장자가 아닌 자에게 흘러들어갔어요. 아까 그 질문, 기억하시나요?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을 알고 계셨을까요. 장막 안 그 어둠 속에도, 그분의 눈은 모든 것을 보고 계셨습니다.
야곱이 자리를 떠나자마자, 에서가 돌아왔습니다. 사냥한 것을 요리해 아버지께 가져왔어요. '아버지, 일어나십시오. 아들의 별미를 드십시오.' 이삭이 떨며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냐?' '저는 아버지의 장자 에서입니다.' 그 순간 이삭의 몸이 심히 떨렸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전에 사냥한 것을 가져온 자는 누구였느냐. 내가 이미 그를 축복하였으니, 그가 반드시 복을 받을 것이다.' 에서는 크게 소리 질러 울었습니다. '아버지, 저도 축복해 주십시오. 저도요.' 그 울음 소리가 얼마나 크게 장막을 울렸을지, 느껴지시나요.
이삭이 에서에게도 말했습니다. '너는 칼로 살 것이요, 네 아우를 섬길 것이나, 훗날 방랑할 때 그 멍에를 떨쳐버리리라.' 에서는 속으로 말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야곱을 죽이리라.' 리브가가 이 소식을 듣고 야곱을 피신시켰습니다. 야곱은 어머니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길을 떠났어요. 속임수로 얻은 축복이 자신을 집 밖으로 내쫓은 겁니다. 하지만요. 그 광야의 첫 밤, 야곱은 하늘에 닿은 사다리를 꿈에서 보게 됩니다. 하나님은 도망자에게 먼저 찾아오셨어요.
리브가는 왜 속임수를 썼을까요. 하나님이 이미 야곱을 선택하셨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아까 드린 첫 번째 질문이 여기서 돌아옵니다. 신학자들은 수천 년 동안 이 물음과 씨름했습니다.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리브가의 방법은 정직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의 실수와 죄악을 뛰어넘어 자신의 뜻을 이루십니다. 구부러진 길도 그분의 손 안에서 쓰임 받는다는 것이죠. 야곱이 모든 것을 잃고 광야에 홀로 선 그 밤, 하나님이 먼저 찾아오셨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겠다.' 이 말씀은 완벽한 자에게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속임수 위에 서 있는, 불완전한 도망자에게 주어진 말씀이에요. 우리도 그렇지 않으신가요. 후회스러운 선택의 길 위에 있어도,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야곱의 이야기는 완벽해서 받는 축복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주님, 야곱처럼 제 손에 부끄러운 것을 감추고 당신 앞에 설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축복하십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으시는 그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저의 구부러진 길도 당신의 손 안에서 곧아지기를 원합니다. 아멘.